[인터뷰] ‘생일’ 전도연 “힘든 영화만 출연? 관객 사랑받는 작품을 하고 싶죠”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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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에 이어]

“‘영화나라 흥행공주’ 수식어 다시 듣고 싶어요”

‘생일’ 이종언 감독과의 인연은 ‘밀양'(2007, 감독 이창동)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종언 감독이 ‘밀양’ 스크립터였다. 그때는 내가 항상 날이 서 있어서 지금처럼 원만한 소통이 어려웠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신애라는 캐릭터를 받아들이려고 발악하고 있었지. 알 수 없는 감정을 만들어야 했고, 하면 할수록 거짓말 같고 시늉하는 것 같아서 그때는 날이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은 엄마라 그런 마음을 알겠더라. 시간이 지나 이종언 감독이 ‘생일’ 시나리오를 들고 왔을 때 책을 보고 감독으로서 존중이 생겼다. 이 작품은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배우 설경구와는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후 무려 18년 만의 재회다.

“어릴 때 만나서 연기를 해서 그런지 친오빠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설경구가) 너무 달라지지 않아서 놀랄 정도였다. 그렇게 익숙하고 편한 사람이 옆에 있어서 의지가 됐다.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자기 위치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극 중 순남(전도연)이 등장하는 모든 장면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특히 관객을 오열하게 만드는 건 30분에 달하는 수호의 생일모임 시퀀스다. 하지만 전도연은 딸과 함께 하루를 살아내는 순남의 일상이 가슴에 남는다고 전했다.

“시나리오 볼 때 생일모임도 그렇고 순남이 아들 방에서 혼자 통곡하는 장면도 되게 힘들게 찍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막상 순남을 아프게 한건 수호의 아픔에 가려진 딸 예솔(김보민)이다. 예솔이가 있어서 순남은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을 거다. 순남과 예솔이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게 너무 아프더라. 예솔이를 혼내고 미안해 하고 이렇게 하루를 살아내겠구나 하는 모든 것들이 앙금으로 남는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도연은 ‘생일’에서 아들 수호(윤찬영)와 순남이 만나는 장면에 대한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그렇게 큰 아들이 내 아들이라니 기분이 진짜 이상했다. 어색하기도 했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 (웃음) 그 친구와 인사만 하고 첫 촬영이자 마지막 촬영을 했다. 데면데면하기도 했고, 아들을 다시 만나면 이런 기분이 들까 싶었다. 순남에게 수호는 남편이자 애인이고, 아들이면서 친구였을 거다. 왜 그렇게 수호를 못 떠나보내는지 알 것만 같았다. 되게 신기한 경험이고 장성한 아들이 있다는 게 징그럽기도 했다”

극 중 순남은 주로 거실에서 자는 생활을 택한다. 인기척도 없는데 밤마다 켜지는 현관 센서등을 애처롭게 바라보는 순남의 눈빛에서 혹시나 수호가 집으로 찾아온 건이 아닌지 하는, 뼈에 사무치도록 그리워하는 아들을 향한 감정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순남은) 수호가 왔다고 생각하고 싶을 거다. 사실 그 장면은 진짜 있었던 일이기도 한데, 영화를 보시고 (유가족이) ‘우리 집도 그랬어요’ 라고 말씀하셨다”

극이 중반으로 치달을수록 감당할 수 없는 슬픔으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선보이는 전도연. 유독 감정 소모가 큰 작품을 계속해온 터라 후유증은 없을지 걱정됐다.

“잘하니까 시나리오가 오는 게 아닐까 싶다. 익숙해지는 게 싫어서 쳐내면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 못 해보고 안 해본 역할도 하고 싶다. 2015년 ‘남과 여’ 이후 4년이고 저와 친한 주변에서는 힘든 작품은 하지 말라고 조언해준다. 받지 않아도 될 상처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일하는 게 즐겁고 연기하는 것도 즐겁고 현장도 좋은데, 감정의 고통은 즐기지는 않는다. 피해갈 수 있는 건 피해가고 싶다”

데뷔 22년을 맞이한 전도연은 2017년 열렸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데뷔 20주년 기념 특별전 기자회견에서 천만 작품이 없어서 아쉽다고 말한 적이 있다.

“천만영화에 대한 갈증보다는 관객에게 사랑받은 작품을 하고 싶다. 그렇다고 천만영화를 찍으면 세상이 달라 보일까 싶기는 하다.  지금의 전도연에게 뭔가 대단한 것이 생길까 싶긴 하지만 앞으로 연기하는데 용기가 나고 큰 응원은 될 것 같다. 최근 작품 가운데 ‘생일’이 유일한 전체관람가다. 딸이랑 ‘생일’을 보려고 한다”

전도연의 영화 팬들이 사랑하는 그의 많은 작품 가운데 출연하기 잘한 영화로 ‘해피엔드’와 ‘생일’을 꼽았다.

“‘해피엔드’와 ‘생일’은 거절했다가 출연하기로 마음먹은 작품이다. ‘생일’에 출연 안 했으면 후회했을 것 같다. 작품 때문에도 힘들었지만, 세월호 유가족분들 만날 때도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까 왜 그런 어리석은 생각을 했을까 싶었다. 누구나 어렵고 힘들고 조심스러운 문제였구나 싶었다. 그렇게 한 걸음 나아가게 되는 것 같다”

‘칸의 여왕’, ‘눈물의 여왕’, ‘멜로의 여왕’ 등 수 많은 수식어를 가진 전도연은 새로 듣고 싶은 수식어로 데뷔 초 들었던 ‘영화나라 흥행공주’를 상기시키며 특유의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올해 ‘생일’을 이어 미스터리 스릴러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많은 관객들은 ‘흥행공주’의 미소 오랫동안 계속되기를 바랄 것이다.

“안 해본 장르의 작품을 해보고 싶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미스터리 스릴러지만, 나름 블랙코미디라고 생각한다. JTBC ‘전체관람가’에서 단편영화 ‘보금자리’ 촬영할 때도 호러 작품 시나리오가 들어올 거라는 주변 이야기가 있어서 엄청 기다렸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

“공백기가 왔을 때 내 나이가 애매한 건가 싶어서 아예 50살이 되면 차라리 나아질까 싶기도 하다. 그 전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 텐데…많은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지금도 하고 있다.  뭔가를 계속 찾고 있다”

 

겟잇케이 한지희 기자 / 사진 매니지먼트 숲, 겟잇케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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