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생일’ 전도연 “세월호 소재…살아갈 사람들의 이야기라 함께해”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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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시사회 무대인사서 눈물…서로 위로받고 위안받았어요”

전도연은 영화 속에서 자신의 이름을 철저하게 지우는 배우다. 데뷔작 ‘접속’의 PC 통신 ID 여인2로 스크린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수현부터, 17살 소녀로 돌아간 늦깎이 초등학생으로 변신한 ‘내 마음의 풍금’ 속 홍연, 불륜 상대와 밀회를 즐겼던 ‘해피엔드’ 최보라, 한 남자의 순애보적인 사랑을 받은 다방 아가씨 ‘너는 내 운명’의 은하, 아들을 잃고 가슴에 진 응어리를 토해내던 ‘밀양’의 신애까지. 작품 속 완벽한 캐릭터를 구사하며 한국영화계 가장 중요한 배우로 자리매김 해왔다.

그런 그가 4월 3일 개봉한 영화 ‘생일’(감독 이종언)에서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엄마 순남 역할로 돌아왔다.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만난 전도연은 시사 후 여러 반응에 대해 담담하게 소감을 전했다.

“마음이 홀가분하다. 영화를 선택할 때도 촬영할 때도 개봉할 때까지도 쉽지 않은 과정이라 다른 영화들에 비해서 말 한마디 조심스럽다. 반응은 좋은 것만 듣고 있다. 제일 걱정했던 건 ‘세월호’라는 소재 때문에 선뜻 다가가기 어려울 수 있다는 건데, ‘생일’은 다 같이 봐야 할 영화고 누구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다”

‘생일’에서 전도연은 그가 아니면 해낼 수 없는 열연을 펼쳤다. 하지만 처음부터 작품에 출연할 생각이 없었다고.

“시나리오를 잘 봤지만, 거절했던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소재에 대한 불안함, ‘생일’의 순남에게서 ‘밀양’의 신애를 떠올릴 것만 같은 우려였다. 이종언 감독은 ‘밀양’ 때 스태프였는데, 감독님은 내가 읽은 시나리오와 순남에 대해서 궁금해하셨다. 당시 겉으로는 고사했지만, ‘이 작품을 내가 정말 놨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하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는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그 힘이 출연하는데 크게 작용했다”

자타공인 충무로 대표 배우 전도연에게 ‘생일’은 18번째 작품이자, 4년 만에 스크린 컴백을 알린 반가운 작품이라 관객의 기대를 받고 있다.

“감당하지 못하더라도 받고 싶은 게 기대다. 기대가 없는 사람들이 전도연이라는 배우에게 갖는 부담스러움이 있을 것 같다. 진지해서 일 수도 있고, 남들이 하지 않는 이야기 계속해서 일수도 있다. 세월호 소재라는 무게에 전도연이라는 무게마저 더하는 건 아닐까 싶긴 하다”

극 중 순남은 웃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메마른 일상을 살아간다. 전도연은 그런 순남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이 감정에 귀 기울이고 선택했다.

“아이를 잃은 엄마 슬픔을 다른 사람이 아닌 이상 어떻게 다르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다. ‘밀양’과 상황은 같아도 이야기는 다르니까 ‘생일’의 순남으로 봐주길 바랐다. 지금 내가 연기하는 순남의 감정이 슬픔을 넘어서는 내 자신의 감정은 아닌지에 대해 검열했다”

‘생일’은 개봉에 앞서 지난해 11월에 이미 세월호 유가족과 시사회를 가졌었다. 전도연은 당시를 회상하며 눈가가 촉촉해졌다.

“한발 딛기가 너무 힘들 정도로 극장 안에 못 들어가겠더라. 극장 들어갈 때부터 나올 때까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가족분들의 눈을 똑바로 마주칠 수가 없었다. ‘이 영화 어때요. 뭔가 위로가 되세요’라고 감히 말할 수 없이 그냥 죄송했다. 한 어머니가 수를 놓은 천으로 만든 지갑에 노란 리본을 묶어 제 손에 꼭 쥐여주시며 감사하다고 말씀하셨다. 너무 눈물이 나더라. 그분들이 나에게 위안을 주셨고 따뜻한 말 한마디에 위로받고 위안받았다. 내가 왜 이분들 앞에 서길 두려워했나 싶었다.  서로 지지해주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 것만 같다”

“사실 영화를 촬영하고 나서 이전과 생각이 달라지거나 바뀐 부분은 없다. 뭐가 달라질 수가 있을까 싶다. (세월호) 이야기는  끝난게 아니고 현재 진행형이다. 사람들은 ‘생일’을 촬영하고 큰 책임감이나 의무감이 생기지 않냐고 하는데 그러진 않았다. 작은 것에 대한 감사할 따름이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에 대한 기억은 거의 모든 사람이 바랐던 바람과 비슷했다.

“뉴스를 봤을 때 당연히 ‘전원구조 되겠지’라고 믿었고, 일말의 의심도 없었다. 아이들과 배가 그렇게 가라앉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 그런 것들이 모두의 트라우마가 된 것 같았다. 외면하고 피하고 그냥 좀 모른 척하고 그랬었다. 그래서 ‘생일’ 시나리오 받았을 때 너무 미안함이 컸었다”

세월호를 소재로 상업영화로 만들어진다는 것에 대한 우려와 기대, 개봉 시점에 대해서도 찬반여론도 분분하다.

“지금 이 이야기를 하는 게 맞냐고 한다면 내가 답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어제 해야 했어’, ‘내일 해야 해’라고 한다면 난 오늘’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시나리오가 좋아도 아픔을 들춰내 정치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이야기라면 안 했을 거다. ‘생일’은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과 가족들의 이야기다”

국민적 트라우마라고 불리는 세월호를 소재로 한 첫 번째 극 영화라 선택을 주저하는 관객들에게 전도연은 작은 바람을 전했다.

“‘생일’은 메시지보다는 강요가 없어 스스로 참여하게 만드는 영화다. 친한 친구를 시사회에 초대했는데, 그 친구가 애 셋을 낳고 키우며 사는데 영화를 보고는 문자를 남겼다. 요즘 하루하루 지옥 같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사는 게 행복하고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이 영화를 보게 해줘서 고맙다고 말해줬다. ‘생일’이 말하고 싶고 뭔가를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게 그런 거 아닌가  한다”

[인터뷰②에 계속]

 

겟잇케이 한지희 기자 / 사진 매니지먼트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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