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생일’ 설경구가 밝힌 #세월호영화 #죄책감 #눈물 #위로 #불한당팬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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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을 보고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 그것만으로도 위로죠”

영화 때문이었을까. 설경구는 촉촉한 눈빛으로 영화 ‘생일’에 대해 못다 전한 감정들을 하나씩 꺼냈다. 마치 고해성사하듯 진심을 다한 대답은 스크린에서 만난 ‘생일’ 속 정일의 마음과도 일맥상통해 보였다.

4월 3일 개봉한 영화 ‘생일’(감독 이종언)에서 그는 극 중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가족의 아버지 정일 역을 맡아 오랜만에 꾸밈없는 일상 속 모습과 절제된 감정으로 스크린을 수 놓았다.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만난 설경구는 데뷔 26년 차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의 연기에는 아쉬운 구석이 보인다고 털어놨다. 올해 ‘우상'(감독 이수진)을 시작으로 ‘퍼펙트 맨'(감독 용수), ‘킹메이커'(감독 변성현), ‘자산어보'(감독 이준익) 등의 작품에도 출연, 연기로 완벽한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작품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어김없이 나온 ‘불한당’과 팬들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그들이 보낸 뜨거운 사랑에 화답하듯 순수한 미소와 더불어 살짝 올라간 목소리로 ‘지천명 아이돌’ 다운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무척 행복해 보였다. 사랑받는 사람에게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Q 시사 후 여러 다양한 반응을 들었을 것 같다.

많이 울었다는 반응부터 유가족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하는 분들, 미처 거기까지 생각 못 했다는 반응도 있다. 처음 접하기가 선입견이 있을 뿐이지 보고 나면 괜찮았다고 하더라. 위안이든 위로든 마냥 울자고 만든 영화는 아니다. 기자간담회 때 지금 필요한 영화였다는 말을 들었을 때 반갑고 다행이었다.

Q 세월호를 소재로 영화가 나온다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이종언 감독님이 ‘위로하는데 시기가 필요한가’ 라고 말한 적이 있다. 영화가 큰 걸 바라는 게 아니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 그 자체만으로도 (유가족들에게) 위로가 될 것 같다.

-영화 ‘생일’을 만나기까지-

Q 하마터면 ‘생일’에 출연할 수 없을 뻔했다고

영화 ‘우상’을 먼저 촬영했는데, 내 분량이 꽤 많았다. 출연을 거절하기 쉬운 조건이었는데, ‘우상’팀과 한석규 형님이 배려해줬다. 서로 함께 촬영하는 분량이 없는 편이라 가능했다. 아마 많았다면 ‘생일’ 출연은 못 했을 거다.

Q 정일의 시점에서 시작하는 설정이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천천히 몰입할 수 있게 해줬다.

영화가 정일 장면부터 시작하는데, 정일은 당사자이면서 관찰자다. 또한 관객의 시선이기도 하다. ‘생일’ 책을 받고 감독님께 왜 정일을 2~3년 후에 돌아오게 했냐고 물은 적이 있다. 감독님이 세월호 사건은 국민적 트라우마니까 잊으려는 사람도 있고, 일상으로 돌아간 사람도 있어서 관찰자로 설정했다고 하더라.

이미 순남(전도연)은 유가족들과 거리를 두고 있다. 그들과 만나면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거니까. 순남에게 ‘생일 모임에 가세요’라고 권유하는 게 관객의 바람이었으면 했다. 가면 손 잡아줄 사람도 있고 치유는 어렵더라도 외롭진 않을 테니까.

Q 신예 이종언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필모그래피에서 여성 감독과 첫 작업 아닌가.

잠깐 출연한 ‘여행자들’ 때 우니 르콩트 감독이 첫 여성 감독과 작업이었고, 이종언 감독은 당시 연출부였다. 이종언 감독이 쓴 ‘생일’ 시나리오는 상상을 가지고 작업한 책이 아니다. 작품에 관련해서 뭘 물어봐도 툭툭 나올 정도였다. 그 이야기는 누구네 집 이야기라고 말해줄 만큼. 단단한 믿음이 있었다.

영화 속 실제 출입국사무소 도장 에피소드도 어떤 유가족의 이야기고, 사업하시다가 참사 당일에 돌아온 이야기도 그렇다. 현관 센서등 에피소드도 실제 있었던 이야기다. 영화 속 등장하는 시는 실제 시인이 쓰신 건데 이종언 감독이 시인에게 양해를 구해서 ‘아빠 오셨나요’로 시작되는 부분을 추가했다.

– 당사자면서 관찰자 ‘정일’…감정을 누르다 –

Q 정일을 어떻게 그려나갔나.

정일에게 주어진 상황이 썩 편하지 않았다. 죄책감도 있고, 관찰자 입장도 있어서 감정도 억누르면서 주변도 살펴야 하는 캐릭터다. 관객을 데리고 다니면서 순남을 만나게 해줘야 하는 사람이라 감정을 절제해야만 했다.

Q ‘우상’의 중식과 ‘생일’의 정일은 목소리부터 확연한 차이가 느껴진다. 힘을 쭉 뺀 느낌이랄까.

힘이 빠진 건 아니고 죄책감이란 단어 말고 다른 적합한 단어가 있다면 쓰고 싶다. 죄책감에 세월이 지난 후 슬퍼하는 게 염치없고, 순남은 감당이 안 되는 삶을 사는데 예솔(김보민)이를 보자마자 우는 것도 염치없는 것 같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순남에게는 가야겠고. 딸인 예솔이부터 친해지면서 서서히 순남에게 다가갔다. 예솔이가 순남과 정일 사이에 완충작용을 해줬다.

Q 최근작에서 보인 외향적인 모습과 반대로 ‘생일’에서는 어쩌면 설경구 본연의 모습과 가까울 수 있을 것 같다.

캐릭터는 나로부터 출발하는 거라 감정이 녹아 있다면 정일이라고 생각한다. 애써 찾거나 찾으려고 하진 않는다. 이 촬영을 할 때 감정은 정일이 느낌인 거다. 영화 ‘우상’의 중식과는 주어진 상황이 다른 아버지였다. ‘우상’ 때는 머리를 탈색하고 7개월 있다가, ‘생일’ 촬영을 위해 검정으로 염색하니까 낯설고 가발 쓴 것 같았다. 그런 낯선 감정과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 ‘생일’에는 맞았다.

Q 전도연 배우가 유가족 시사회 일화를 들려주는데 들으면서도 울컥했었다.

나도 마음이 무거운데  전도연은 무척 힘들어했다. 극장 문 앞에 가서도 상영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는데 마음이 무거웠다. 뭔지 모를 죄스러움 같은 공기에서부터 압박이 느껴졌다. 가족분들이 노란색으로 수를 놓은 지갑을 주셨는데, 그걸 받은 전도연이 터졌다. 고맙다는 말을 들었는데 미안했다. 우릴 향해 계속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분도 계셨다. 제작 당시부터 우려가 많았던 걸로 알고 있었고, 유가족분들도 우려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시사회 이후) 말끔히 지워졌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Q 정일이 낚시를 하는 모습이 인상에 남는다. 저수지는 어쩌면 아들과의 추억이 있고, 아들을 만날 수 있는 가장 근접한 장소다.

그리움일 거다. (아들이) 그리워서 낚시하러 간 거다. 정일의 옆자리에는 늘 수호(윤찬영) 자리를 만들어 놓는데 있다가 없으니 공허한 거다.

바다는 아니지만 수호를 만나러 가는 거다. 원래 저수지에서 큰 수호가 나오는 장면도 촬영했었는데, 감독님의 의도대로 어린 수호와 촬영된 장면이 영화에 나왔다.

Q 정일이 수호 구두를 신고 면접도 보고 공항도 간다. 이후 정일은 수호의 구두를 계속 어떻게 했을지 생각해 본 적 있나. 아빠가 대신 신고 다니면 더 좋아할 것 같은데.

아마도 계속 신었을 것 같다. 극복하려고 하는 게 아니니까.

Q 전도연과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후 18년 만에 한 작품에 출연했다.

배우가 다시 만나서 작품 하는 게 쉽지 않다. 모든 게 다 맞아야 한다. 이번에 ‘천문'(감독 허진호)에 최민식, 한석규도 ‘쉬리’ 이후 20년 만에 만났다고 하더라. 그만큼 어렵다. 전도연은 외향적으로 똑같다. 눈빛이 더 깊어진것 같더라. 도사님이 된 것 같았다. (웃음)

Q ‘생일 모임’ 장면 찍고 후유증은 없었나.

롱테이크라 한 번만 찍고 끝이 아니라서 카메라 세 대로 리액션까지 다 담으려 하면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안 그러면 다시 처음부터 해야 했고. 하루 종일 찍고 그 다음 날에 힘든데도 힘든 줄 몰랐다. 생일 모임 장소에 연기자만 50명이 넘는 사람이 마치 한 명의 배우가 된 것처럼 서로 집중해서 몰입감 있게 촬영했다.

컷하고 촬영 때보다 더 우는 배우도 있었고 모두 원 없이 울었다. 내가 울 때는 다 같이 울더라. 위로받으면서도 고마웠고 함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마음이 관객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극장에서 ‘생일’을 보면 관객분들이 그 생일 모임 어딘가에 앉아있다고 느낄 것 같다.

-제3의 전성기 맞은 대한민국 No.1 지천명 아이돌-

Q 얼마 전 ‘설경구 특별전’도 열리고 여섯 작품이 상영됐다. 소감이 궁금하다.

‘우상’, ‘생일’ 작품을 연달아 개봉하다 보니까. 아직 특별전 할 나이가 아닌 것 같다. 앞으로 관객을 만나야 하는 작품이 더 신경 쓰인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GV는 못 했는데 죄송하긴 하다.

Q ‘지천명 아이돌’, ‘제3의 전성기’ 등의 수식어가 생기고 나서 작품 선택에 있어 영향을 받나?

영향은 있다. 없다고는 말 못 한다. 단지 작품 선택에서 영향을 받으면 안 된다. 그건 그분들도 원하지 않는 거 아닌가. 어떤 작품이든 그냥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Q ‘불한당’ 촬영 당시 이런 열광적인 인기를 얻을 거라고 예상 했었나

정말 ‘불한당’으로 칸 영화제까지 갈 줄 몰랐다. 희한한 경험을 많이 하게 해준 영화다. 연기에 대해 생각이 바뀐 것도 있다. 인위적인 것을 굉장히 싫어 했다. 만듦새에 따라 작품이 더 극대화될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된 계기였다. 작품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서 관객이 다르게 볼 수 있겠다는 것도 ‘불한당’ 덕분에 알았다.

Q 팬덤이 식을 줄 모르고 여전한 것 같다.

팬들이 ‘불한당’ 보고 디테일과 해석을 내놓은 게 어마어마하다. 변성현 감독도 기억 못 하고 모를 정도다. 정말 논문을 써도 될 정도다. 와~대박인 게 팬들이 내준 시험을 봤는데 내가 80점, 변성현 감독이 60점을 맞았다. (웃음)

Q 배우 일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다른 직업을 했을 것 같나.

대학 때부터 앞으로 연기를 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회 나와서까지 연기를 꾸준히 하는 친구들은 몇 안 남는다. 4학년에 되면 취직 생각하고 선배들도 CF 쪽으로 많이 진출한다. 어쩔 수 없는 거다. 그걸 보고도 진로에 대해서는 전혀 고민 안 했다. 연극 첫 공연 때 50만원 벌고 매달 돈 받았는데, 계속 월급처럼 돈을 받았다. 되게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 연기한다고 부모님 반대도 없어서 애써 실랑이할 필요도 없었다. 연기 말고는 다른 걸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겟잇케이 한지희 기자 / 사진 씨제스, 겟잇케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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