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멈추다] <사이비> 나약한 본성은 때때로 추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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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로 인해 수몰예정지역인 마을에 교회가 새로 생긴다. 기적을 빙자해 마을 주민들의 보상금을 노리는 장로와 그를 돕는 목사, 그들의 정체를 유일하게 알고 있는 주정뱅이 폭군. 이들을 둘러싸고 마을은 점점 혼돈 속에 빠진다.

영화 <사이비>의 내용이다. 시놉시스만 생각하면 실사 영화인 줄 알테지만 그렇지 않다. <돼지의 왕>으로 호평 받았던 연상호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그런데 이 영화를 애니메이션이라는 타이틀만으로 설명하기에는 굉장히 아까운 구석이 많다.

종교의 미학과 모순. 이 기묘한 아이러니에 빠지는 마을 사람들과 끝내 숨겨진 본성을 드러내고 마는 주인공들은 <사이비>를 애니메이션 그 이상의 영화로 만든다. 보는 내내 찌릿한 기운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그래서다.

폐병에 걸린 아낙은 알약 대신, 교회 장로가 하나님의 만병통치약이라며 침이 마르도록 설교하던 ‘생명수’를 마신다. 알고 보면 수돗물인 별 것 없는 그 물에 자신의 진짜 생명과 행복을 모두 건 것이다. 대학 등록금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던 여자는 ‘교회의 은총’으로 등록금을 지불할 수 있게 된다. 대신, 자신의 생활 전체를 밤거리에 내던지며 여자는 이 또한 하나님의 뜻이라 여긴다.

예배가 있는 날이면 마을 사람들은 모두 교회로 달려가 두 손을 하늘 위로 뻗쳐 들고 끝없이 은총을 내려 달라 부르짖는다. 눈물을 흘리고 또 흘리면서 사탄으로부터 벗어나게 해달라고. 그렇게 한바탕 토악질이라도 해대면 천국의 문이 나에게는, 나에게만큼은 열릴 것이라 사람들은 쉽게 믿는다.

인간의 약점을 이용한 장로의 사기 행각도 이를 암묵적으로 동의한 목사도 이들을 지켜보며 유일하게 ‘아니다’라고 외친 폭군도 믿음에 중독돼버린 마을 사람들도, 사실 이 모든 인간 유형의 실체는 나약한 본성 그 자체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의 나약함이 그저 약하고 여리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 본질은 때때로 아주 포악하고 추하다.

 

 

글/ 한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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