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RPS ‘아이돌 커플링 문화’ 양지에서 음지로, 이제는 소속사 규제까지? (feat. 워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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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1세대 아이돌인 H.O.T. 시절부터 아이돌을 조금이라도 ‘덕질한다’라는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접해본 사람이라면 ‘커플링 문화’에 대해서 모를 수가 없을 것이다. 최근에는 RPS(Real Person Slash)라는 개념으로 실존 인물들을 가지고 커플로 엮는 이 문화는, 본인이 지지하는 조합을 커플링 혹은 씨피(CP)라고 부르며 아이돌 팬덤에서는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분야가 되었다.

하지만 과거에는 공개적인 팬 페이지나 팬카페에도 이러한 커플링을 소재로 한 팬픽(Fan Fiction, 연예인을 주인공으로 팬들이 쓰는 소설)들이 올라오는 게시판이 따로 있었을 정도로 공공연하게 즐겼던 분위기에서 현재는 소위 ‘음지 문화’로 취급되며 이를 생산·소비하는 팬들끼리의 룰이 상당히 까다로워진 상태. ‘오빠’들이 공공연하게 팬픽의 존재를 언급하고 소속사 역시 ‘공식 커플’을 밀어줬던 과거의 아이돌 팬 문화에 멈춰있던 사람이라면 최근의 분위기는 상당히 낯설고 이해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비록 양지에서 음지로 숨어들었을지언정 커플링 문화는 온리전, 배포전과 같은 그들만의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하기도 하고 자신들이 미는 멤버들의 조합으로 광고를 걸기도 하는 등 그 영향이 더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또한 아이돌 팬덤 내에서도 멤버간의 관계성을 이용, 이러한 커플링 조합이 팬덤 내 여론과 인기도를 조성하는 데 한몫하기도 하니 매우 중요한 사항이 아닐 수 없다.

비록 음지일지언정 이렇게나 팬덤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화이기에, 대부분의 소속사 측에서는 이를 이용하거나(과거 SM엔터테인먼트의 동방신기 팬픽 공모전처럼) 눈감아주는 것이 대부분. 그런데 최근 톱 아이돌 중 하나인 워너원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7월, 워너원의 인기 멤버 A와 B를 엮는 인기 조합의 행사가 해당 멤버들의 소속사 측 제재를 받아 행사 중단 요청을 받아 결국 취소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에 해당 커플링을 좋아하는 워너원의 팬들은 물론, 전혀 상관없는 타 아이돌 팬들까지 이러한 상황은 처음이라 전반적으로 황당해하는 여론이 일었다.

당시에는 소속사가 일을 너무 못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며 해당 행사 취소가 많은 팬에게 아쉬움을 남기긴 했지만, 그 이후 몇 차례의 다른 커플링 행사들이 무사히 치러지며 당시의 사건은 일종의 해프닝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지난 3일, 워너원의 다른 인기멤버 C가 관련된 커플링 행사 3개가 전부 해당 멤버가 속한 소속사의 연락을 받고 잇달아 취소된 것. 사유는 아티스트의 성명권과 초상권 침해 및 명예훼손이라고 한다.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소속사의 강경한 입장에 팬들은 진행 중이던 일정들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고, 심지어 한 행사는 개최 날짜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대관료를 비롯한 수백만 원의 손실이 발생하게 돼 많은 팬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사실 아이돌은 실력보다는 환상과 이미지를 파는 존재에 가깝다. 이를 어떻게 소비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에 달린 것이고 아이돌을 배출해내는 회사들은 이러한 니즈를 반영해 이익을 창출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와 같이 파격적인 소속사의 결정에는 관심이 모일 수 밖에.

아무튼 커플링 문화가 양지에서 음지로 자리를 옮긴 것처럼 지금과 같은 상황이 결국 아이돌 팬덤 문화 내 전반적인 분위기로 자리 잡게 될 것인지, 아니면 잠깐의 해프닝으로 끝나며 후에 ‘돌알못’의 판례로 남을 것인지는 한동안 지켜봐야 알 수 있지 않을까.

겟잇케이 장은진 기자 / 사진 겟잇케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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