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 스토커] 충무로를 강타한 키워드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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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집으로 가는 길> <변호인>. 이 영화들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키워드는 바로 ‘실화’다. 올 하반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이 유난히 많다. 지난 10월 개봉한 <소원>은 2008년 발생한 아동성범죄 ‘조두순 사건’을, <집으로 가는 길>은 2004년 평범한 주부가 겪어야 했던 ‘프랑스 마약운반사건’을, <변호인>은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맡았던 ‘부림 사건’을 토대로 하고 있다.

실화 영화들

◇모티브가 된 사건들

<소원>: 조두순 사건

조두순 사건은 2008년 12월 경기도 안산의 한 교회 화장실에서 조두순이 8세 여아를 강간 상해한 사건이다. 당시 범행의 잔혹성과 범인의 파렴치함, 아동 성범죄 형량에 대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집으로 가는 길>: 프랑스 마약운반사건

2004년 10월 30일 프랑스 오를리 국제공항. 30대 한국인 주부가 마약 운반범으로 검거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녀는 마약이 든 걸 모른 채 아는 사람의 부탁으로 가방을 옮겨주다가 프랑스 당국에 검거돼 1년 4개월이나 억울한 감옥살이를 해야 했다. 그 이후로도 8개월 동안이나 보호감찰을 받았다.

 

<변호인>: 부림(釜林) 사건(용공(容共) 조작 사건)

1981년 3월 출범한 제5공화국의 군사독재 정권이 민주화 운동 세력을 탄압하기 위해 9월 부산 지역의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교사•회사원 등을 영장 없이 체포한 뒤 불법으로 감금하고 구타는 물론 살인적 고문을 가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이 바로 ‘부림사건’이다. 당시 변론은 부산 지역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노무현•김광일•문재인 등이 무료로 맡았는데 특히 노무현은 고문당한 학생들을 접견하고 권력의 횡포에 분노하여 이후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됐다.

 

◇ ‘실화’가 갖는 진심 그리고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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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의 제작 소식이 들렸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 했던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벌써 중학교 2학년이 된 피해자의 아픈 상처를 다시 들쑤실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영화의 개봉은 곧 피해자에게 같은 상처를 반복해서 준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개봉을 하고 보니 반응은 예상 외였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상처’가 아니라 또 다른 방식의 ‘치유’였던 것이다.

<소원>은 실제 범죄 사건을 다루는 영화들이 즐겨 사용하는 ‘권선징악’ 구도부터 과감히 버렸다. 오히려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화법으로 관객들의 공감을 사면서 약 260만명을 동원했다. 개봉 당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자, 장애 아동 성폭행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2011) 때를 재현하듯 조두순에 대한 재처벌 요구가 빗발치기도 했다.

실제로 인터넷 상에서는 대대적인 청원 운동이 벌어졌다. 안타깝게도 이미 같은 사건에 대한 확정판결이 존재하기 때문에 다시 재판을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소원>은 영화를 통해 사람들이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이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 그대로 증명하고 있다. 실화가 가진 ‘진심’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여주느냐에 따라 관객의 마음은 움직이는 법이다.

집으로 가는길

내달 19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집으로 가는 길>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는 국가와 제도 앞에 무기력 했던 한 여성의 지옥 같았던 시간을 스크린 앞으로 불러 낸다. 2004년 프랑스 오를리 국제공항에서 체포된 한국 여성의 이야기는 2006년 시사고발프로그램 <추적 60분>을 통해 전국민에게 알려졌다.

억울한 사연에 분노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해 문제를 돕고자 나섰고 피해 여성은 약 2년 만에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었다. 만약 미디어마저 이 사건을 묵인했다면 영원히 세상에 묻혔을지도 모를 얘기다. 그로부터 약 9년의 시간이 흘렀고 이 이야기는 전도연과 고수 두 배우에 의해 재탄생했다.

실제로 촬영하면서 슬픔이나 외로움 같은 처절한 감정은 물론이고 가족의 소중함도 절실히 느꼈다는 그들. 그만큼 영화는 실화일수록 울림의 진폭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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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림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변호인>은 위 두 영화와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권 변호사 시절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 당시부터 정치색을 우려하는 시선이 많았던 데다 대중들의 관심도 매우 높아 현재 개봉날짜를 손꼽아 기다리는 관객들도 많다. 벌써 예고편부터 상당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평범한 세무 변호사가 한 사건을 계기로 인권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되는 단순한 이야기 구조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의 골조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화로부터 시작됐다는 점이 <변호인>을 ‘뜨거운 감자’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현재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상황과 비교가 된다는 점도 화제가 되는 이유 중 하나다.

전두환의 독재 정권 아래에서 벌어졌던 부림사건이 현재 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통합진보당의 내란음모 사건, 정당해산 청구와 오버랩된다는 의견이 많다. 예고편 속에서 “국가가 국민입니다”라고 일갈하는 송강호의 모습이 현재 상황과 맞물리며 공감을 얻고 있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받은 ‘부림사건’을 왜곡하며 영화에 대한 혹평을 늘어놓기도 했다.  정치적 이슈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실화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개봉 후에는 또 어떤 공감과 이슈를 불러 일으킬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글/ 한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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