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토커] <창수> 이야기 아닌 사람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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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수>는 이래봬도 꽤 사연이 많은 영화다. 크랭크인/업은 벌써 2년 전인 2011년에 이뤄졌고 한국 평균 영화 제작비의 3분의 1도 채 안 되는 11억으로 제작됐다. 제작비가 모자라 중간에 촬영이 중단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스태프와 배우들이 인건비의 20%만 받고 나머지를 제작에 다시 투자하며 가까스로 영화를 완성했다. 당초 2011년 말 개봉 예정이었지만 이도 사정이 여의치 않아 날짜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창고에 필름을 묵힌 채 2년을 흘려 보냈다.

 
말하자면, 개봉 자체가 기적이 된 영화다. 제작보고회에서 임창정이 뜨거운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창수>가 지난 28일 개봉 후 기분 좋은 스코어를 기록하고 있다. 개봉 첫 주말 누적관객수 30만 명을 동원하며 저예산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높은 관객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 2년 전의 영화가 이렇게 관객의 공감을 사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세 가지로 요약해 본 <창수> 공감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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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의 우정
밑바닥을 사는 창수(임창정 분)와 그의 삼류 인생마저 기꺼이 따르는 후배 상태(정성화 분)의 진한 우정은 영화 속에서 유난히 돋보인다.

징역살이 대행업자로 살며 남의 죄를 대신해서 사는 것을 밥벌이로 하는 창수를 누구보다 진심으로 대하는 상태와 그런 상태를 친동생처럼 아끼며 챙기는 창수. 남성 특유의 거친 대화와 몸짓 속에서도 돋보이는 이들의 우정은 남성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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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의 첫사랑
창수는 희망보다 절망에 더 익숙해져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미연(손은서 분)을 만나면서 처음으로 자신의 인생 전부를 걸어서라도 지키고 싶은 것이 생긴다. 미연이 바로 창수의 내일이자 희망이 돼 버린 것이다. 삼류 인생을 살던 남자에게 있어 첫사랑은 자신이 평생 지켜온 삶의 원칙을 저버릴 정도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는 곽경택 감독의 영화 <사랑>이나 <통증>의 일방적인 희생과 많이 닮았다. 창수가 사랑하는 방식이 그만큼 새롭지는 않다. 하지만 느와르나 정통 멜로 속의 남자 주인공들이 언제나 자기희생에 강하고, 그것이 조금 뻔한 방식으로 느껴지더라도 아름답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러한 희생이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묘한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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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아닌 사람이 힘인 영화
<창수>는 한국형 느와르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반가운 영화다. 조금 진부한 플롯은 꾸밈 없는 캐릭터와 배우들의 열연이 상쇄시킨다. 특히 영화의 분위기를 끌고 가는 임창정은 두고두고 회자될 정도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다.

코미디가 아닌 정통 느와르에서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임창정을 발견하는 것은 꽤 반가운 일이다. 꾸준한 템포로 점점 무너져가는 한 남자의 절망을 그가 아니면 누가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정성화, 안내상으로 이어지는 조연들의 탄탄한 연기도 한몫 한다. 특히 브라운관에서 언제나 선한 이미지였던 안내상의 지독한 악역 연기를 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다소 투박한 구성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을 끄는 <창수>의 힘. 그 힘은 이야기가 아닌 배우, 바로 ‘사람’에 있다.

 

글/ 한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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