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시성’ 조인성이 밝힌 #연기변신 #양만춘 #리더십 #20만대군 #4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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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매번 재벌 2세, 백마 탄 왕자님 모습만 보여드릴 순 없으니까요”

1998년 모델로 데뷔한 조인성은 ‘논스톱 2-뉴 논스톱'(2000년)의 주연을 맡으며 얼굴을 알렸고, 드라마 ‘피아노'(2001년), ‘별을 쏘다'(2002년), ‘발리에서 생긴 일'(2004년), ‘봄날'(2005년) 등의 작품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영화 ‘비열한 거리'(2006년), ‘쌍화점'(2008년), ‘더 킹'(2016년) 등의 작품을 통해서 드라마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다른 연기 변신을 시도해 왔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안시성'(감독 김광식, 제공/배급: NEW, 제작: ㈜영화사 수작, ㈜스튜디오앤뉴, 공동제작: 모티브랩)의 배우 조인성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잘생기고 훤칠한 ‘스타’ 조인성은 어느 시점부터 한 작품씩 필로그라피를 쌓아 올릴 때마다 무너지지 않을 성벽처럼 견고한 자기만의 연기 세계를 구축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 노력이 통해서였을까. 지난 9월 19일 개봉한 영화 ‘안시성’은 동아시아 전쟁사에서 가장 극적이고 위대한 승리로 전해지는 88일간의 안시성 전투를 그린 초대형 액션 블록버스터 작품으로 추석 개봉작들 가운데 흥행성적 1위에 올랐다.

조인성은 안시성 성주 ‘양만춘’ 역을 맡으며 새롭고 젊은 고구려 장군의 모습을 탄생시켰다.

“작품을 선택할 때는 기획 단계 시나리오가 좋을 경우는 시나리오를 중요하게 본다. 작품이 워낙 좋았고, 제작사도 좋은 곳이었고 고구려 역사를 다루는 게 새로웠다. 슬슬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제작돼가고 있는 시점인데, 그 첫 번째 작품에 출연하고 싶었다”

좋은 작품에는 욕심내는 그였지만 ‘안시성’ 만큼은 두 번이나 출연을 거절했었다. ‘장군’이 주는 이미지의 고정관념 때문이었다.

“장군이라고 하면 최민식, 김명민 선배를 먼저 떠올리지 않나. 내가 양만춘과 어울릴만한 사람인가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다. 외국 영화를 보면 젊은 장군들이 많이 나온다. 왜 우리는 젊게 만들지 못할까 하는 물음표가 있었다. 아무래도 대사가 주는 엄숙하고 무거운 느낌을 머릿속에서 피하기는 누구도 힘들었을 거다”

그야말로 조인성에게 영화 ‘안시성’은 도전이었다.

“우선 새로웠으면 했다. 감독님이 내게서 ‘강백호’ (만화 ‘슬램 덩크’ 주인공) 같은 느낌을 받았고, 강백호와 조인성을 합하면 신선한 사극이 나오겠다고 생각하셨다. 또, 우리가 흔히 ‘장군’을 떠올리면 중·장년을 생각한다. 실제 양만춘 장군의 나이가 지금 내 또래와 비슷하다고 감독님이 말씀해주셨다. 그런 생각을 작품에 투영하면 젊고 새로운 사극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도전의식이 생기긴 했다. 작품마다 배역과 어울린다, 안 어울린다를 따지니까. ‘비열한 거리’ 때도 그랬는데 계속 재벌 2세, 백마 탄 왕자님 모습만 연기할 수는 없는 거다. 그럴 바에는 도전하는 쪽을 택했다”

안시성 성주 양만춘(조인성)은 성안의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는 리더이다. 이제껏 선보인 장군들과는 다른 사람 좋은 장군의 모습을 그려냈다.

“캐릭터 구축에 자유로웠지만 기준점은 없었다. 오직 시나리오 안에서 찾았다. 고구려 사람들은 호전적인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양만춘이 사람들을 이끄는 힘은 무엇일까를 생각했는데, 그건 신께서 주신 능력이다. 양만춘을 떠올리면서 공감할 수 있는 형의 리더십을 생각하게 됐다. 사적인 영역까지 캐릭터로 끌고 들어오면서 먼 역사라고 해도 현대적인 모습을 자연스럽게 녹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조인성이 그린 양만춘은 일상 생활을 할 때는 사람 좋은 성주로, 치열한 전장에 나갔을 때는 카리스마 넘치는 있는 장군의 모습이었다.

“힘을 빼기도 하면서 또 힘을 어디까지 줄 수 있는지를 시험해 봤었다. 너무 힘을 빼면 한 없이 가벼워지는데, 웃겨야된다고 해석될 수도 있기도 하다. 그런 것들을 혼자만의 작업처럼 해 본게 있다. 부족한 점은 동료 배우분들이 채워 주면서 캐릭터를 완성시켜 주셨다. 결코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안시성’의 최고의 볼거리는 세 차례 등장하는 전투장면이다. 웅장하고 역동적인 장면은 흡사 영화 ‘반지의 제왕’의 전투신 떠올리게 한다는 평도 있었다.

“사실 ‘반지의 제왕’을 보진 못했다. 그런 명작과 비교된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낀다. 그만큼 기술발전을 작품으로 보여준거라 후반 작업팀이 정말 고생했다. 영화를 본 한 지인이 마지막 토산에서 뛰어나오는 장면이 정말 짠했다고 하더라. 그간의 고생과 부상이 쌓이고 쌓여 배우에 대한 연민과 극 중 ‘양만춘’ 캐릭터의 비장함이 더해져서 불쌍함이 증폭됐나보다”

그린 매트(블루 스크린) 앞에서 수십만의 당나라 군대를 상상하며 연기한 조인성은 이제껏 본 적 없는 장대한 스케일을 상상하기에는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20만 대군을 실제로 본 적이 없으니까 쉽지 않더라. 허허벌판에 40~50명의 사람들이 공성기 무기를 끌어야 하는데 실제 보면 웃음이 난다. 상상만으로 어느 정도를 표현해야 하는지를 감독님께 여러 번 확인했다. 감독님은 계속 많은 느낌으로 해달라고 주문하셨는데, 나중에 영화로 보니 정말 군사가 많긴 많았다”

사극의 ‘장군’이라는 이미지가 주는 선입견 때문이었을까. 언론시사회 직후 조인성의 목소리가 사극 톤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왔다.

“영화 초반 주필산 전투에서의 느낌을 영화 끝까지 가지고 왔다면 끝까지 답답해서 못 볼 거다. 그렇기 때문에 저를 캐스팅 한 이유이기도 하다. 또, 안시성민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분명한 콘셉트가 있었다. 배성우, 설현도 자유롭게 연기를 하는 스타일로 콘셉트를 잡았다. 거기에서 튀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 들였다. 보다 보면 익숙해져서 익숙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없었을 것 같다. 결과적으로 안시성민의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었다”

영화 전후에 삽인 된 그의 나레이션에 대한 관객들의 호불호도 갈렸다.

“전형적인 것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감독님의 생각이 있었는데, ‘안시성’만 놓고 시작을 보여주기 위해서 나레이션을 통해 설명했다. 함축적으로 친절하게 설명해주려는 목적이었다”

‘안시성’은 7개월의 촬영 기간 동안 97회차를 촬영했다. 긴 출연 기간과 많은 출연진이 등장하는 영화에 그는 어떤 낙이 있었을까.

“영화인들이 비슷하다. 콘도 한 건물을 빌려서 스태프들과 지냈었다. 고성에 친한 어부가 있다. 그 친구가 어부들이 겨울에 쓰는 난로 만드는 방법을 알려줬었다. 난로에 손도 쬐고, 쥐포, 오징어도 구워 먹고 그랬는데, 그거 먹다가 남주혁은 이가 부러져 병원도 갔었다. (웃음) 남주혁이 해외 스케줄 갔다가 양주 몇 병을 사서 오면 스태프와 배우들이 함께하면서 스트레스 풀었다. 여자 배우들과 어울릴 수 있는 타이밍은 몇 번 안 됐는데 난 계속 촬영장에 남아 있었다”

‘안시성’을 배우 인생의 전환점으로 봐도 될지를 묻는 말에는 신중을 기했다.

“힘든 중압감이 들었던 작품이었는데, 터닝포인트로 세우겠다는 생각을 하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오히려 천만다행이다. 관객들의 마지막 평가가 남아있긴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느낌은 살았다는 느낌이다. 다음 작품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흥행을 걱정하면서도 아무 일이 없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말한 조인성은 걱정은 집에 두고 왔다고 말할 만큼 여유도 생겼다.

“‘안시성’이 개봉하고 ‘양만춘’이 검색어에 오르면 좋겠다. 그만큼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 고구려 역사도 실제 가서 보니까 유물과 유적은 그곳에 다 있었다. 그다음은 할 일은 정부의 몫이다. 양만춘만 검색하면 ‘고구려가 이랬었구나’하는 것들이 나오면 좋겠다”

누구보다 빛나던 20대를 보낸 그의 앞에 성금 다가올 40대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 모습이 20대에 바랐던 모습인지,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나도 마흔의 내 모습이 궁금하기도 하다. 상대와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위화감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

조인성은 모처럼 여유가 생기고 연기를 바라보는 입장도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꼭 타이트롤이 아니어도 되겠다고 강조했다.

“드라마도 그렇고 영화도 나이에 구분 없어진 것 같다. 그만큼 나이에 상관없이 오래 활동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린 것 같다. 정해인, 박서준이 발견되고 그 나이의 배우들이 풍성해지는 세상이 왔다. 아이돌 출신 도경수, 임시완이 자기 자리를 확실하게 잡아주고 있기도 하다. 이제는 시나리오도 나이 때에 맞춰서 개발될 수 있는 상황이 왔다”

“마흔에 맞는 역할로 찾아간다면 나한테도 여러 도전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 것 같다. 굳이 주연이 아니어도 캐릭터가 확실하면 부담감도 없고 효과적으로 연기하고 싶다. ‘1987’이나 ‘더 킹’처럼 상징적인 캐릭터가 있다면 출연하고 싶다. 다음 작품은 안정적으로 가고 싶다”

 

겟잇케이 한지희 기자 / 사진 아이오케이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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