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불한당’ 설경구 “임시완·여진구와 편히 지내, 카리스마 없어”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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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에 이어]

“젊은 영화인들에게 자극 많이 받았다”

설경구는 이제껏 숱한 영화를 찍어왔지만 아직도 ‘좋은 작품’을 하고자 하는 배우로서의 욕심은 한결같았다. 이제는 설렁설렁할 법도 한데, 카메라에 잡힌 손가락의 디테일까지도 놓치지 않을 만큼 식지 않는 연기 열정은 활화산 그 자체였다.

그런 그가 신작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감독 변성현, 배급 CJ엔터테인먼트, 이하 불한당)에서도 치열하게 캐릭터를 고민하고, 완벽하게 표현하려는 노력의 흔적을 작품에 고스란히 옮겨놨다.

Q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나는 배우 허준호의 모습이 무척 반가웠다.

허준호 형은 정말 내 캐릭터를 살려줬다. 미국에 오래 계셨는데, 한국에 들어온 걸 알고는 제작팀에 그의 특별출연을 부탁했다. 임팩트는 워낙 강한데 분량이 적어 성사될까 싶었다. 나중에 ‘설경구 너 때문에 한다’고 문자 왔었다. 정말 고마웠다. 촬영 때 허준호 형이 살을 더 뺐는데, 유지하려고 숙소에서도 운동 심하게 했다. 그러다 눈발 날리며 교도소로 들어오는 장면을 두 달 후에 촬영하게 됐는데도 그 몸을 그대로 유지하고 촬영에 임했다. 진짜 대단한 프로다.

Q 설경구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지만 감독은 신인급이었다.

믿을 수밖에 없는 팀이었다. 촬영 전 콘티작업을 감독, 촬영 감독, 미술 감독, 콘티 작가 넷이서 했다. 서로 자기 고집 때문에 컷을 못 그리기도 했다. 키스텝들이 배테랑은 아니라 조금 걱정했는데, 콘티 작업 하는 걸 보니까 만만치 않게 느껴졌다. 미술 감독은 시나리오에 없었던 오세안무역 사무실에 사우나실을 만들고 싶어 했다. 그게 고병철 회장(이경영)의 사회적 위치와 똘끼가 드러나는 재미있는 아이디어였다. ‘불한당’은 무국적이야 했고, 만화 같다고 생각하니까 편해졌다. 원래 콘티를 잘 안 보는데, 콘티 몇 장면을 칠판에 설명을 해주는데 조명까지 설명해줬다. 너무 좋았다. 한 컷 한 컷이 정성으로 그려진 걸 보면 설명이 됐다. 자극 많이 받았다.

Q ‘불한당’에서 ‘가끔 현장 뛰면 재밌다’는 재호의 대사가 있다. 여전히 촬영현장은 재미있나?

이 현장은 재미있는 현장이었다. 되게 기대됐는데, 그렇다고 현장 가면 대단한 걸 하는 건 아니다. 촬영 초반 때 다들 성격들이 평범하진 않아서 돌발적 앵글, 도전적인 행동을 기대했다. 나중에 촬영물을 붙여 놓고 보니까 계산을 철저히 한 것 같다. 파격적인 건 아니더라도 깊은 생각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 자기들 계산이 뚜렷하게 있었다.

Q ‘박하사탕’ 이후 17년 만에 칸 국제영화제 참석이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2000년에 감독 주간으로 갔다. 집에 뤼미에르 극장 간판을 배경으로 이창동 감독님, 명계남 대표님과 셋이 찍은 사진이 있다. 언젠가 뤼미에르 레드카펫을 밟으리라 했다. 이창동 감독님은 작품마다 밟으셨다. 조사해 보니 뤼미에르 극장 상영은 미드나잇과 경쟁작밖에 없고, 미드나잇 섹션은 그 섹션 중에서 주인공으로 불릴 만큼 좋은 섹션이라고 하더라. 거기를 밟는데 큰 의미를 두려고 한다. 레드카펫 별로 안 좋아하는데 거기는 서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Q ‘불한당’이 칸 국제영화제에 초대된 차별적인 요소는 뭘까.

‘무간도’, ‘디파티드’처럼 남성 투톱의 영화들 뻔하고 다 알법한 이야기를 다르게 풀어서 그런가 아닐까. 그게 ‘불한당’의 매력이다. 같은 톤으로 찍었다면 같은 영화처럼 보였을 것 같다. 이건 전혀 다른 영화로 빠졌다고 생각한다. 결이 다른 영화다.

Q ‘불한당’ 흥행을 예감하나?

관객분들이 너무 기대하고 올까 봐. 재미있는 상업영화로 봐주셨으면 한다.

Q 최근 작품이 다소 흥행에 부진해서 주연배우로 불안감이 엄습하기도 할 것 같다.

불안감 당연히 있다. 그간 연기를 쉽게 접근했던 것 같다. 그거 때문에 위기라기보다는 ‘이러다 끝난다 너’하고 정신이 번쩍 든 지점이 있었다. 치열하지 못했던 것 같다.

Q 그럼 ‘불한당’부터 치열해지기 시작한 건가.

‘불한당’ 보다 먼저 찍은 작품 ‘살인자의 기억법’(원신연 감독, 2017년 개봉 예정)인데 그때부터 치열해졌다. 정신이 번쩍 났다. 연기를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 고민을 한동안 했었다.

Q 스스로 자책하면 힘들지 않나.

내 몫이다. 편한 건 성에 안 찬다.

Q 촬영 현장에서 임시완, 여진구처럼 젊은 배우들과도 스스럼없이 지낸다고 들었다.

카리스마는 일절 없다. (웃음) 편한 게 좋다. ‘불한당’은 미소년 같은 현수의 현수의 성장담 같은 거고, 거친 남자가 되는 과정이자, 임시완의 성장담이기도 하다. ‘불한당’은 임시완이라는 배우에게 좋은 작품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군대 가기 전에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간다고 생각한다. 군대 다녀오면 더 달라져 있을 거다.

Q 이번 작품이 성장의 기회가 되었나.

다른 촬영 스태프들이 있는 자리에서 ‘불한당’ 하면서 젊은 영화인들에게 자극을 받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작품이 잘 안되더라도 많은 것을 얻었다고 말할 수 있다.

 

겟잇케이 한지희 기자 /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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