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변산’ 박정민 “1년 꽉 채워 래퍼 도전…애증 넘치는 작품이죠”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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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살면서 별거 다 해요”

박정민은 노력의 과정을 통해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배우다.

‘놀라운 독립영화의 탄생’이라 불렸던 데뷔작 ‘파수꾼'(2011년)으로 관객과 평단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그는 ‘동주'(2016년)를 통해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빛나고 고귀했던 청춘을 진정성 있게 스크린에 담아냈다. 힘 있는 북간도 말투와 대체 불가한 눈빛. ‘박정민’이기에 가능한 인상 깊은 연기로 그해 신인상을 휩쓸었다.

올해는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을 통해 서번트증후군을 갖고 있지만 피아노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오진태’ 역할로 대중들 앞에 한 발짝 다가서며, 놀라운 피아노 연주 연기로 주목받았다.

지난 7월 4일 개봉한 영화 ‘변산’(감독 이준익)은 무명 래퍼 학수(박정민)가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고향 변산으로 돌아가 초등학교 동창 선미(김고은)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동주'(2016년), ‘박열'(2017년)에 이은 이준익 감독의 청춘 3부작.

박정민은 1년여간의 랩 연습에 몰두하며 영화의 수록된 7곡 가운데 6곡을 직접 작사했다. 산문집 ‘쓸만한 인간’(2016년)을 선보였던 만큼, 글 쓰는 재능이 있던 사람이라 가능했을 것. ‘변산’의 중요 시퀀스마다 등장하는 음악은 영화에 잘 스며들어 나중에라도 가사를 곱씹어보고 싶게 만드는 곡들이다.

마침 인터뷰가 있던 날 출시된 영화 속 랩 음원 ‘Byunsan Monologue(변산 모놀로그)’의 음악을 챙겨 듣고 있었다. ‘변산’ 심뻑과 배우 박정민이 모습이 디졸브 되는 묘한 상황이었다. 매 작품마다 도전하며 스스로 한계를 깨는 배우 박정민을 만나봤다.

 

Q 무려 11일에 걸친 인터뷰 일정이다. 이렇게 열심히 홍보하는 팀이 있나 싶을 정도로 홍보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촬영하는 작품이 없어서 가능했다. 많은 분들과 영화에 대해서 깊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냉정하게 말해 주인공의 인지도가 떨어져서… 어쨌든 ‘변산’이라는 영화가 있다는 걸 알려야 한다. 여기서 집인 분당까지 걸어가면서 한 분씩 악수를 청하면서 영화 봐달라고 할까 싶기도 하다.

Q ‘도전’이라는 단어가 작품 할 때마다 따라다니는 것 같다. ‘그것만이 내 세상’의 피아노 연주도 그렇고 ‘변산’ 래퍼 역할도 도전의 과정이었겠다.

안정적인 걸 좋아하지 불안한 걸 썩 좋아하지 않는다. (웃음) 도전을 의도한 건 아니지만 운이 좋은 거로 생각한다. 힘들어도 그 캐릭터가 가진 장기가 영화 전면에서 두드려지는 것은 배우 입장에서 기대면서 연기하는 측면도 있다. 피아노도, 랩처럼 취미생활이 하나씩 생긴다.

Q ‘변산’을 본 소감이 궁금하다.

아직 한번 밖에 못 봤지만 흑역사를 보는 느낌이다. 영화를 처음 보는 날은 제 연기 보는 데 급급하다. 실수도 보이고 좀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부분도 있고 보완점 찾느라 제대로 못 본다. 극장에서 일반 관객분들과 함께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 더 열심히 해야 하는데…

Q 영화 속 심뻑이 랩을 할 때 속으로 ‘잘 해봤자 뭐 얼마나 잘하겠어. 카메라와 편집이 도와주겠지’ 싶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랩 실력이 보통이 아니더라. 가사가 귀에 박혀서 나중에는 일부러 자막을 안 보려 했다.

어쨌든 발음은 좋았어야 했고 영화니까 잘 들려야 해서 발음에 신경 썼다. 좀 촌스럽긴 해도 잘 들리는 랩이 우선이었다. 제가 랩으로 기교를 부릴만한 선수도 아니고 학수의 감정과 정서를 담은 학수만의 랩 스타일을 만들다 보니 가사도 그렇게 써졌다.

Q 클라이맥스에서 공연 장면이 압권이었다. ‘무대공포증’이라는 말도 있는데, 가수도 아니고 혼자서 넓은 무대를 장악하는 게 쉽지 않았겠다.

정말 무대가 크더라.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되는데 내가 랩을 하니까 엑스트라로 오신 관객분들도 적응이 안 됐다. (웃음) 처음에는 어색하다가 환호도 더 크게 해주시고 저도 신나서 랩하고 했더니 점점 합이 맞아갔다. 무대는 실제 ‘쇼미더머니’ 제작팀이 와서 만들어주셨다.

Q 심사 장면에서 도끼, 더콰이엇, 매드클라운, 던밀스처럼 대단한 래퍼 앞에서 랩을 했다. 현장에서 코치해주진 않았나.

이 장면 찍을 때는 적응이 안 되고 더 힘들었다. 정말 심사받는 느낌이 들어서 진짜 창피한 마음에 혼났다. 혹시라도 래퍼 분들께 무슨 말이라도 들을까 의기소침해서 그분들 안 보이는 곳에 숨어있었다.

Q ‘변산’ 덕분에 여기저기서 랩을 보여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겠다. 이제 노래방에서도 랩은 절대 안 할 것 같다. 박정민 인생에서 랩은 이제 없는 건가.

사전에 랩 해달라는 요청을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는데, 무반주 프리스타일 랩을 해달라고도 하신다. 랩을 소재로 한 영화를 찍었는데 자칫 랩이라는 장르가 희화화되거나 개인기처럼 보이기 싫었다. 소재가 랩이라 랩 실력도 썩 좋지 않은데 해야만 했다. 그냥 내려놨다. 어디서 또 해야 할지 모르니 집에서도 연습한다.

Q 극장 무대인사에서 랩을 하면서 등장하는 영상을 봤다.

이준익 감독님이 “정민아 랩 한번 해”라고 하셔서… 다 내려놨다.

Q 개인적으로 전라도 사투리를 랩으로 구성한 음악이 등장하지는 않을까 기대했었다.

사투리를 쓴 랩이 있는데 ‘쇼미더머니’ 2차 예선 노래 중간에 사투리가 포함되어 있긴 하다. 잘 드러나지는 않았다.

Q 사투리로 랩을 만든 노래 중에 ‘방탄소년단’의 ‘팔도강산’이라는 곡이 있다.

아 그런가?! 그런 랩을 해보고 싶은데 자칫 어설플까 염려됐다. 사투리로 랩을 만드는 게 쉽지 않더라. 너무 코믹요소로도 가버리면 우습게 보일 수 있으니까. 진짜 래퍼도 아닌 애가 나와서 별 이상한 것도 하네 싶을까 봐. 심사위원 매드클라운이 심뻑에게 ‘랩하다 사투리 나오더라’고 하지 않나. 어쨌든 학수는 고향을 부정하는 인물이다.

Q ‘변산’처럼 캐릭터 시작부터 끝까지 그리고 과거 이야기까지 담은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담감이 상당하겠다.

1년을 꽉 채워서 매달린 작품이다. 랩 쓰고 연습하다가 촬영하고, 또 랩 쓰고… 다 끝난 줄 알았는데, 노래 3곡 새로 만들고 녹음하고 홍보용 음악 만들고 녹음하고, 뮤직비디오 찍고 만들고 지금까지 이러고 있다. 영화 ‘사바하’ 촬영도 끝났고 ‘사냥의 시간’도 끝났는데 ‘변산’은 언제 끝나냐고 투정 부기도 했다. 너무 아끼고 사랑하는 날 너무 힘들게 하는 거다. 그만큼 애정도 있고 애증이 있는 영화다.

더욱이 일반적인 영화도 아니고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 작품에 ‘단독주인공’ 이런 수식어가 달리니까. 감정 기복이 장난이 아니다. 하루에도 스무 번씩 왔다 갔다… 계속 나와의 싸움이었다.

Q 이런 헛헛한 마음을 치유하려면 여행 계획이라도 잡아야 하는 거 아닌가.

정말 여행 갈 시간이 없다. 만약에 꼭 필요해서 가야 한다면 ‘마카오’에 가고 싶다.

Q 돈 잃고 마음에 상실을 얻은 사람들을 보고 오겠다는 뜻일까

거기 타짜들은 어떻게 도박하는지, 도박하는 분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제가 직접 도박을 할 수는 없고 영화 ‘타짜3’ 준비 겸. 그런 분들은 본 적이 없어서.

Q 감정의 치유는 흥행성적으로 보상받는 건가.

흥행 성적은 하늘도 모르는 일이라. ‘앤트맨’(같은 날 개봉)은 알겠지. 결과가 어찌 됐든 홍보가 끝나면 여파가 있을 것 같다. 너무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다니고 만들고 했는데 다 이 영화로 그를 볼 수 없을 때, ‘변산’으로 그 사람들을 볼 수 없고 끝날 때 많이 쓸쓸할 것 같다.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터뷰②에 계속]

 

겟잇케이 한지희 기자 / 사진 메가박스㈜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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