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물괴’ 김명민 “크리쳐물 도전! ‘괴물’ 명맥 잇는 작품..관객의 채찍과 당근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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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2006년. 봉준호 감독) 이후 이렇다 할 크리쳐 무비가 없었다. 이런 불모지에서의 도전은 박수를 쳐줘야 한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물괴'(감독 허종호, 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의 배우 김명민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어제(12일) 개봉한 ‘물괴’는 중종 22년, 역병을 품은 괴이한 짐승 ‘물괴’의 등장으로 위태로워진 조선과 소중한 이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이들의 사투를 그리는 크리쳐 무비로 김명민은 물괴를 추적하는 수색대장 ‘윤겸’ 역을 통해 또 한 번 사극 캐릭터에 도전했다.

데뷔 23년 차가 된 그는 여전히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시나리오를 읽고 난 후 ‘첫 느낌’이라고 했다.

“일단 시나리오가 재미있어야 한다. 출연을 놓고 작품을 출연을 결정할 때 처음 본 느낌에 의미를 많이 두는 편이다. ‘물괴’는 우리나라처럼 크리쳐물 불모지에서 있을 수 없는 작품이고 그야말로 도전이다. 잘해야 본전이다. 도전 의식만으로 만들어질 수 없는 작품인데, ‘물괴’를 2, 3년 전부터 많은 분이 도전하고 있었다. 많은 제작비도 들어갔고, 이렇게 영화가 만들어지는구나 싶어 대단했다. 내가 더하는 힘은 힘도 아니겠다 싶을 정도로. 개개인의 욕심, 도전, 새로움을 떠나 우리나라에도 크리쳐물 장르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크리쳐물을 좋아하는 김명민에게도 작품에 대한 불안함은 있었다. 이 불안함이 믿음으로 바꾼 건 작품을 위한 스태프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으로 쉽사리 떨칠 수 없는 불안감은 있었다. 하지만 제작팀, CG 팀 등등 많은 스태프들이 저한테는 믿음을 주고, 이 일에 사활을 거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에서 불안감을 사라졌다”

여기에는 제작자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대표의 치밀한 준비와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고자 했던 고집이 김명민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정태원 대표님이 첫 만남에서 ‘물괴’의 3분짜리 프리 비주얼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여주셨다. 자막에 ‘윤겸 김명민’이 나오는데, 언제 이런 걸 만드셨나 싶었다. 백마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고 움직이는 분이셨다. 추진력과 기획력은 이렇게 큰 거구나를 느꼈다. CG가 영화의 본질이다 보니까, 퀄리티에 대해서만큼은 집요했다. 다 좋은데 크리쳐가 망하면 모든 노력이 헛수고로 돌아가니까. CG 만큼은 오롯이 정태원 대표님의 공이다. 제작비가 오버되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작품을 놓지 않으셨다”

‘물괴’는 상당 부분의 촬영이 그린 매트에서 이루어졌다. 본적 없는 형상의 ‘물괴를 오로지 상상만으로 연기를 펼쳐나간다는 것은 배우에게 상상력과 더불어 큰 에너지를 요구한다. 더욱이 여러 배우들이 함께 호흡을 맞춰서 연기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린 매트(블루 스크린) 앞에서 촬영하는 모든 영화는 다 힘들다. 그래서 그린 매트에서 촬영된 영화들이 피할 수 없는 허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나중에 보니 물괴가 그렇게 공포스럽게 나올 줄은 몰랐다. 크리쳐가 보여주는 게 있어서 그린 매트에서의 한계가 무마되는 게 있었다. 만약 다른 작품에서 연기를 선보인다면, 버전을 두 가지로 준비해 편집 때 선택의 폭을 넓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어떤 작품이든 배우들은 고생하기 마련이다. 특히 김명민은 언론시사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함께 연기한 김인권, 이혜리, 최우식에게 특별히 고생했다고 이야기했다.

“프리 비주얼을 만들어온 CG 팀, 무술팀, 감독님, 배우 이렇게 네 팀 이상이 촬영 전 호흡을 맞춰야 했다. 프리 비주얼 팀이 물괴 동선을 짜와서 동영상으로 보여준다. 그러면 배우들이 물괴 동선을 파악하고 무술팀과 합을 맞췄다. 이 팀들이 호흡을 맞춰나가면서 할 것이 되게 많았다. 그중에 모두가 납득할만한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스크린 속 사극에서의 김명민은 ‘조선 명탐정’ 시리즈 캐릭터 ‘김민’을 먼저 떠오른다. 이번 ‘물괴’와 차별점을 두기 위해 그는 목소리 톤부터 캐릭터의 수염의 모양까지 디테일하게 다른 모습으로 캐릭터를 구축해나갔다.

“아무래도 가장 최근 작품이라 잔상이 있을 거다. 그래서 웬만한 건 드러내고 톤을 잡아나갔다. 극 중 초반에 은둔생활 하는 부분에서는 느슨하게 등장하긴 한다. 점점 중반으로 가면 갈수록 ‘조선 명탐정’ 모습은 생각은 안 날 거다. ‘물괴’ 윤겸은 가장 내세울 수 있는 캐릭터기도 하다. 수염 같은 경우는 ‘조선 명탐정’ 김민은 이단아다. 그런 우스꽝스러운 수염도 사실 모두가 반대했는데, 감독님께서 ‘셜록홈즈’ 느낌으로 턱수염 없이 콧수염만 남겼다. 결국에는 그게 김민의 시그니처가 됐다”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클라이맥스에서 ‘물괴’는 사정없이 경복궁 근정전을 박살 낸다. 한국영화 그 어떤 작품에서 근정전 같은 곳을 마구잡이로 부수는 장면이 없었기에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안겨준다.

“영화의 상상력으로 박살 내지 못할 곳은 없다. (웃음) 좀 특이한 점은 실록에 나오지 않지만, 근정전 아래 동물이 살았던 조준방에 있고 괴물이 있었다는 설정이다.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몰라도 실록을 바탕으로 한 허구는 신선하게 받아드릴 수 있었다. 궁궐 안 후미진 곳이 ‘물괴’의 서식지라는 설정이 독특했다”

‘물괴’로 김인권과 콤비로 첫 연기 호흡을 맞췄다. 이 조합이 처음이란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찰떡 호흡을 자랑한다.

“그만큼 친숙하고 친근감이 가는 배우다. 역할이 그랬고 팬이었는데 너무 반가웠다. 서로에 대한 신뢰감이 있었고, 같이 작품을 하고 싶었다”

영화 속 딸로 이혜리가 등장하는 부분은 김명민의 팬이라면 사뭇 안타까운 마음이 들 법도 하다. 하지만 김명민은 캐릭터 상황에는 딱 맞았다고 강조했다.

“극 중 나이가 15살인데, 이혜리가 캐스팅됐다. 딸이 너무 큰 거 아니냐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상관없다고 본다. 캐릭터의 상황에는 딱 맞았고 촬영장에서 행복했다”

김명민은 차기작으로 ‘물괴’ 제작사에서 만드는 영화 ‘장사리 9.15′(감독 곽경택, 김태훈)를 택했다. 전쟁실화를 다룬 영화는 1950년 9월 15일 국제연합(UN)군과 맥아더의 지휘 아래 시행된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한 양동작전이었던 ‘장사상륙작전’을 그린 이야기다. 이미 할리우드 배우 메간 폭스가 캐스팅됐다.

“10월 초부터 ‘장사리 9.15′(이하 장사리) 촬영에 들어간다. 정태원 대표님이 ‘인천상륙작전’ 촬영할 때도 ‘물괴’를 준비했고, ‘물괴’ 촬영 현장에서는 유독 ‘장사리’ 이야기가 들려왔다. ‘장사리’는 ‘인천상륙작전’ 때부터 3개월 뒤 이야기인데, 워낙에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있어서 충분하겠다 싶었다. 걱정 안 될 정도였으니까. 메간 폭스 씨와 마주치는 장면이 많으면 좋겠지만 많이 없다. 극 중 저를 대변해주는 역할인데, 한두 번 정도 스칠 것 같긴 하다”

김명민은 오랜 시간 작품에 몰두하며 연기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올바른 것을 선택하는 ‘중용의 덕’을 꼽았다.

“일희일비하지 않는 성격으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잊어버려야 하는 것은 빨리 잊어버리는 편인데, 후회하는 일은 낭비다. 물론 되돌아보는 시간도 필요하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녹록지 않은 제 인생이 쉽게 기뻐하고 쉽게 흔들리지 않는 좌절하지 않는, 이런 게 중용이고 ‘중용의 덕’이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추석에는 ‘물괴’ 무대인사를 계획하고 있는 김명민은 올해 설에 개봉한 ‘조선 명탐정’ 덕분에 명절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가 하나 생겼다.

“올해만 2대 명절에 영화를 개봉했다. 예전에는 성룡 영화를 많이 봤는데 이제는 한국영화를 보고 자라는 보고 자리는 세대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명절에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괴물’, ‘물괴’에 이어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크리쳐 무비가 등장했으면 싶다. 이런 불모지에 계란으로 바위 치는 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영화가 흥망을 떠나서 박수를 쳐줘야 하는 거 아닌가 한다. 물론 ‘물괴’가 부족한 부분도 없지는 않다. 관객분들이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주면 좋겠다”

 

겟잇케이 한지희 기자 / 사진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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